아낙사고라스

아낙사고라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3가지

  1. 술 취한 사람들 가운데 홀로 깨어있는 철학자

    아테네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장군인 페리클레스(기원전 495~429년경)가 군대를 이끌고 출정했다. 그런데 전쟁터에 도착하자마자 일식이 일어났다. 훤한 대낮이 갑자기 캄캄해진 것이다. 군대가 동요하기 시작해 소란스러워졌다. 장교와 병사들은 혹시 뭔가 불길한 조짐이 아닐까 하여 두려워했다. 군대의 사기가 일식 때문에 갑자기 땅에 떨어졌다. 페리클레스는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어 한 병사의 눈앞을 막았다가 다시 걷어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 너는 이것을 불행의 조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행복의 조짐이라고 생각하는가?” “글세요, 대답하기 어려운데요.” 그러자 페리클레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이것과 일식의 차이가 뭔가? 일식을 일으키는 것은 망토보다 크다는 차이밖에는 없다.” 일식은 고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러나 페리클레스는 그것이 단순한 자연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이 페리클레스에게 일식이 단순한 자연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철학자가 아낙사고라스이다. 그는 페리클레스에게 자연이나 세상일 모두에 대해 냉철한 정신을 가지고 파악하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페리클레스가 가장 뛰어난 웅변술을 지니도록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은 아낙사고라스를 ‘누스’라고 불렀다. 그리스어 ‘누스’는 ‘정신’을 뜻한다. 아낙사고라스는 자연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질서의 원인이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아낙사고라스를 술 취한 사람들 가운데 홀로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 천체를 관찰하기 위해 태어난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이오니아 연안 도시인 클라조메나이에 살던 헤게시불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것을 보면,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부모가 물려준 막대한 유산에는 관심이 없고 철학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자 가족들이 그에게 재산을 잘 관리하라고 잔소리를 해댓다. 그러자 그런 가족들에게 그는 “그런거야 여러분이 하면 되지 않는가?”하고 대꾸했다. 성가신 참견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는 아예 가족들에게 재산을 시원스럽게 나누어 주고 철학에 몰두했다. 그는 이오니아 철학자들, 특히 아낙시메네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그도 이오니아 철학자들처럼 세상의 일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떤 마을 사람이 하늘만 바라본다고 그에게 불평한 적이 있었다. “그대는 조국의 일이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는가?” 그러자 아낙사고라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치도 않은 소리! 나는 내 조국의 일이 걱정되어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오” 그렇게 대답하는 그의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늘이 그에게는 조국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가?” 그가 대답했다. “태양이나 달, 하늘을 관찰하기 위해서지!” 아낙사고라스는 천체에 대한 지식이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해지는 말로는 그가 기원전 467년에 아이고스포타모이에서 있었던 운석의 추락을  예견햇다고 한다.
  3. 세상의 가장 근원적인 물질을 동질소라고 주장한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기원전 480년경에 그리스 아테네로 이주한다. 그때의 아테네는 아직 철학의 불모지였다. 그는 아테네에서 이오니아의 철학과 과학적 탐구정신을 전파한다. 곧 천체에 관한 지식때문에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아테네에서 학교를 열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제자중에는 에우리피데스, 소크라테스의 스승으로 유명한 아르켈라오스 등이 있었다. 아낙사고라스는 밀레투스 철학자들과 같은 물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물음이었다. “가장 근원적인 물질은 무엇인가?” “그러한 물질을 작동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 물음에 대해, 밀레투스학파는 하나의 아르케를 , 엠페도클레스는 가장 근원적인 물질로 4원소를 생각했고, 원자론자들은 동일한 물질이지만 수많은 원자를 주장했다. 아낙사고라스는 ‘호모이오메레이아(동질소)’라는 무한개의 원소를 설정했다. 이 동질소들은 그 수나 질에 있어 다양하고 무한하다. 그는 어떤 사물에나 모든 종류의 동질소가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각 사물은 그 속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동질소의 모습으로만 우리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책상에는 모든 종류의 원소들이 들어 있으나, 나무의 모습만이 보이는 것은 나무의 동질소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물이 먹이를 먹으면, 먹이가 그 동물의 살도 되고, 뼈도 되고 털도 되는 것은 이 동질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먹이 속에는 이미 살의 동질소, 뼈의 동질소, 털의 동질소 등이 들어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어떻게 살이 아닌 것으로부터 살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 첫 번째 물음에 대한 아낙사고라스의 답은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앞선 이론들을 종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버째 물음과 관련해서는 그의 독창성이 드러난다. 그는 모든 우주의 근원적 운동에 누스, 즉 ‘정신’을 그러들여 자신의 특색을 드러낸다. 그는 우주의 발생 처음에는 모든 사물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다. 어떤 것도 분별되지 않는 완전히 섞인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상태에서 사물들이 분화되기 시작했을까? 여기에 아낙사고라스는 정신을 개입시킨다. 분화의 시작은 정신이 회전을 시작하도록 했을 때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정신이 지성을 지닌 창조주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는 정신을 더 이상 그러한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운동의 원인으로만 설명했다. 이헐게 시작된 회전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간다. 회전에 의해서 원시 혼합체오부터 분별 가능한 사물들의 분리가 계속 일어난다. 축축한 것, 차가운 것, 그리고 어두운 것 등 한마디로 무거운 것들은 가운데오 이동해 땅이 되고, 그 반대되는 것들은 청공으로 솟아올랐다. 이렇게 해거 구름에서 물이 분리되고, 물에서 땅이 분리되어 나온다.
  4. 철학적 신념때문에 박해를 받은 최초의 철학자

    아테네에서 지낸 지 30년이 되던 해에, 그는 태양을 붉게 달아오른 뜨거운 돌덩이라고 주장했다는 죄목으로 고소당했다. 아낙사고라스에 대한 기소에는 페리클레스에 반대하는 정파들이 페리클레스에게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최고 권력자인 페리클레스가 변호를 했지만,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낙사고라스에게 5탈란톤의 벌금과 추방형이 내려졌다는 설도 있고, 그가 없는 자리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는 설도 있다. 이 사형선고에는 불경죄 말고도 그가 페르시아의 첩자라는 죄도 추가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고 하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자연은 오래전에 나와 나의 적들에게 사형선고를 해놓았지.” 그는 아테네를 떠나 이오니아의 트로이 부근에 있는 람사코스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관하여>하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저렴해 손쉽게 구해 읽어볼 수 있어서 대중적으로 베스트셀러였다. 아낙사고라스는 추방당한 지 몇 년이 안 되어 람사코스에서 세상을 마쳤다. ————————————————————————이동희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이야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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