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눈으로 볼 때, 그가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세계지도는 대단히 엉성하다. 나라의 크기나 위치도 잘못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로 볼 때 그 세계지도는 최상의 하문 수준을 반영한 것이다. 지도를 보면 그가 인도와 아라비아, 이집트에 이르기가지 상당히 많은 곳을 여행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런 여행을 바탕으로 아낙시만드로스는 세계지도와 세계 일주를 작성했다. 세계지도는 배를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했다.
그 지도에는 지역에 대한 정보와 충고, 그리고 참고 사항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진화론을 주창하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생물학에 대해서도 괄목할 만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도 종교나 신화적인 사고방식을 완전히 벗어나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우주론과 모순되지 않게 생명체들은 태양에 의한 습한 요소가 증발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은 물고기 종류에서 점진적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최초의 생명체들이 습한 것으로부터 생겨 나왔으며, 가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외피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성장하면서 좀 더 건조한 부분으로 나오게 됐고, 그 외피가 깨지게 됐을 때, 짧은 기간 동안 상이한 종류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DK 12 A30)
물고기에서 진화해 인간이 됐다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그의 주장은 적지 않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기본 가정이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단편만으로는 그가 본격적으로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장했는지는 입증하기 어렵다.하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아페이론이라는 가설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구조, 만물 및 인간의 기원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도 일관된 설명을 시도했다.
그노몬과 해시계를 처음으로 고안하다.
그노몬은 삼각자 또는 직각 막대로서 이것의 그림자가 해의 방향과 고도를 지시해주는 기구이다. 그는 그노몬과 해시계를 가지고 해의 진행 방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하루의 시간과 1년을 측정했다. 어떤 사람은 그가 바빌론에서 처음 만든 해시계를 베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아낙시만드로스가 스파르타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해시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해시계를 누가 처음 만들었든지 간에, 그가 천체에 대해서는 당시로서 탁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는 천구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그는 과학적 도구 뿐만 아니라 <자연에 관하여>라는 철학 책을 서양 최초로 썼다. 과감하게 진화론을 주장했다. 그리스인으로서 최초로 산문도 썼다. 그런데 그는 학문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이 많은 업적을 최초로 쌓고서도 철학사에서 탈레스에게 밀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만물의 기원을 설명하는 ‘아르케’를 만들어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의 시원을 설명하기 위해 ‘아르케’ 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아르케는 만물의 시원과 원리를 뜻한다. 그는 만물의 아르케(원리)나 스토이케이온(요소)을 탈레스와는 다른 데서 찾았다. 그는 아르케를 ‘물’이라는 자연적 물질보다 추상적 개념인 아페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리스어 아페이론은 한정할 수 없다는 뜻을 지녔다. 그는 아페이론은 영원하고 늙지 않으며 파괴되지 않고 올림포스의 신들과 같은 신적 특성을 지닌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이 아페이론을 통해 존재하는 것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소멸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페이론은 물도 아니고, 원소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서 다른 어떤 것도 아니며, 무한정한 어떤 본연의 것이다. 그것에서 모든 하늘과 그것 안에 있는 세계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터 존재물들이 생성하고 그것에 따라 존재물들이 소멸하는데 그 과정은 필연적이다. 존재물들은 그들의 불의로 말미암아, 그에 대한 벌과 배상을 시간의 질서에 따라서 서로에게 지불해 소멸하기 때문이다.(DK 12A9)
아낙시만드로스는 이 아페이론이 그 자체로 영원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 운동하는 아페이론으로부터 대립적인 두 힘,온(溫,마른것)과 냉(冷,습기 찬 것)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두 힘이 서로 대립적으로 작용하면서 세계를 산출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대립적 두 힘은 무한한 아페이론 안에서 동등하게 공존한다.이런 힘들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침해할 정도로 강하면, 그런 불의는 처벌되고 심판을 받아 소멸하게 되고, 그들은 아페이론 안에서 동등한 균형을 다시 이룬다. 그는 아페이론 이론을 통해 우주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별과 태양과 달은 뜨거운 것이 찬 것인 공기 중에 갇혀 형성된 것으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공기는 자고 습기 찬 것으로서 층을 이루고 있는데, 이 안에 지구가 있다.애당초 습한 지구는 태양에 의하여 차츰 건조됐고, 건조되지 못한 나머지가 바다가 됐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을 종합해보면, 영원한 운동을 하는 아페이론으로부터 온과 냉의 두 대립적 힘들이 발생하고, 이 두 힘들이 별과 태양, 달, 지구 등을 발생시키게 된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이러한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 이론은 ‘물’을 아르케라고 본 탈레스보다 한 걸음 발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단한 음치였다.
탈레스에 가려져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아낙시만드로스의 일화는 유감스럽게도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낙시만드로스는 대단한 음치였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노래를 부르면 박자고 뭐고 너무 엉망이라 아이들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비웃어대면 그는 태연자약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어린아디들을 위해 노래를 더 잘 불러야겠구먼’
아낙시만드로스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없었지만, 그의 제지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모두 음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들은 우주를 음의 조화로 본 피타고라스와 음악가이자 음유 시인인 크세노파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