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로서 엠페도클레스는 젊었을 때 아버지 메톤과 함께 횡포와 독재를 일삼던 참주 테론의 아들 트라시다이오스를 권좌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자 다시금 참주정치를 부활시키려는 귀족모임인 ‘천인회’를 공금을 횡렬했다는 죄목으로 고발해 해체시켰다. 그는 참주정치 대신 각 사람에게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평등에 기초를 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 사람들은 그의 제안에 열광을 해서 그에게 참주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제안을 거절하고, 야인의 삶을 선택했다. 그가 야인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참주보다 소박하고도 자유로운 생활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아그리젠토의 주민들이 정치적 평등의 원칙 아래 살 것을 주장하면서 그 자신도 정치적 평등을 실천했다. 그는 돈이 없어 시집을 가지 못하는 도시의 처녀들에게 자신의 재산으로 결혼지참금을 마련해주었다.
의사로서도 유명한 엠페도클레스는 도시에 나돌던 전염병을 막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람들이 그를 신처럼 여기게 되고, 또 그도 신처럼 처신하게 되는 일도 의사로서의 그의 행적과 관련이 있다.
셀리누스는 도시 사람들이 역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 엠페도클레스는 그 전염병의 원인이 그 도시 지역을 지나는 냇물이 고여 오염된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냇물을 흐르게 하는 방도를 설계했다. 그의 설계는 작은 운하를 파서 부근을 흐르던 다른 냇물 줄기를 그 냇물에다 연결해 물을 합류시켜 흘러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공사비를 모두 자신이 직접 대서 이 계획을 성골시켰는데, 설계대로 합쳐진 물은 서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흘러갔다. 그러자 역병이 사라졌다. 역병이 사라지자 셀리누스 주민들은 강가에서 축제를 했는데, 그때 그가 나타났다. 모든 사람이 그에게 달려가서 그를 신처럼 경배했다.(DL VIII 70)
세계를 흙,물,불,공기 4원소로 구성되었다고한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가 가진 지각과 개별적 경험이 빚어내는 일면성과 혼란함으로부터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면, 세계는 4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흙,물, 불, 공기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란 모두 흙,물,불,공기 이 4원소들이 뭉치고 흩어지면서 벌이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도 사물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도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 4원소들이 결합하고 흩어지면서 빚어내는 현상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사물의 근원인 이 4원소들과 이 원소들이 서로 합해지고 흩어지는 원리를 다음과 같이 시적으로 표현했다.
들어라. 사물의 근원은 넷이라
빛난는 제우스, 생명의 여신 헤라, 아이도네우스,그리고 자신의 눈물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을 마련해준 네스토스라네.(DK 31 B6)사랑과 미움은 전에도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둘 때문에 무한한 시간은 결코 공허하지 않으리라(DK 31 B16)
엠페도클레스는 육각운의 시로 주로 자신의 사상을 표현했다. 그가 사상을 시로 나타낸 것은 파르메니데스의 ‘숭배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네 원소가 마치 레고처럼 이리저리 결합해서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해체되면 원래의 4원소들로 돌아간다. 그리고 엠페도클레스는 생성,소멸하는 현상세계를 부정하고 오로지 실재하는 하나의 세계, 즉 ‘존재’를 설파했전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다만 파르메니데스적 존재는 그에게 있어 이제 4원소로 나타난다. 파르메니데스가 생성,소멸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세계가 미혹된 감각에서 빚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그는 4원소를 붕치게 하고 흩어지게 하는 운동의 원리를 설명함으로써 현상세계가 어떻게 출현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점에 있어 파르메니데스가 부저한 운동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그 운동의 힘은 사랑과 미움이다. 사랑은 당연히 이 4원고를 결합하는 힘이며, 미움은 결합된 것을 그 원소들로 흩어지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사랑과 미움을 통해 우주 발생론도 설명했다. 사랑의 영향 아래 4원소들이 하나로 결합됐을 때, 거기에는 아직 원소들 사이의 구별이 없이 혼합된 상태로 우주를 이룬다. 이 우주가 미움에 의하여 분리되면서 4원소들이 떨어져 나온다.
이렇게 4원소와 그것을 분리하고 결합하는 힘으로서의 사랑과 미움을 이야기하는 <자연에 관하여>라는 책이 엘레아학파의 영향 아래 서 있는 엠페도클레스를 보여준다면, <정화>라는 책에서 엠페도클레스는 영혼의 타락과 영혼 윤회를 설법하는 충실한 피타고라스주의자로서 등장한ㄷ. 영혼은 운명에 의해 죄를 짓고 하늘의 고향으로부터 쫓겨나 방황하며 윤회의 고통을 격ㄱ는다. <정화>는 영혼이 이러한 윤회로부터 벗어나 신이 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엠페도클레스는 <정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죽음을 통하여 신이 되려 했다.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엠페도클레스는 여러가지 업적으로 인해 도시의 시민들은 그를 거의 신으로 추앙했는데 그는 그런 신과 같은 대접은 거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의 죽음에 대한 신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지도 모른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이런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을 기초로 해서 ‘엠페도클레스 콤플렉스’라는 말을 지어냈다 이러한 콤플렉스는 ‘삶의 본능과 죽음에의 본능이 결합’되는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최소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신이 신으로 남기를 원했던 엠페도클레스처럼 자신의 죽음을 신비화해서 사람들의 기억에 신으로 남기를 원하는 마음이 투영되어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거 같다.
——————————————————————–이동희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이야기>에서